소개팅 당일, 하예정은 처음 만난 사람과 결혼했다. 결혼 생활은 그저 평범할 줄로만 알았는데.... 남편이 그렇게도 집착이 심할 줄이야! 그 무엇보다 매번 그녀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자기 남편이 나서기만 하면 모든 일이 척척 풀렸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 남편은 항상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관성의 억만장자가 아내를 이뻐하기로 유명하다는 인터뷰를 보면서 매우 놀란다. 남편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사랑을 독차지한 여인이 바로.... 나?
더 보기“지금 바로 소지훈 씨 찾아가서 얘기해봐야겠어.”전태윤이 바쁜 걸 알고 장연준도 하소연을 마치고는 자리를 떠났다.“뭐가 이렇게 급해? 소지훈 씨 집에 없으면 어떡하려고? 일단 정남이한테 여쭤보고 찾아가. 괜히 헛걸음하지 말고.”소지훈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스타일이다. 여기까지 생각한 장연준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서두르고 싶지 않은데 이경혜 씨가 부추기는 게 정말 너무 두렵단 말이야. 그분은 누군가를 모험할 때 늘 소리 없이 진행해서 다 파놓은 함정에 뛰어든 후에야 알아채게 된다고. 그땐 이미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전태윤이 가볍게 웃었다.“이모의 계략을 당했다는 건 네가 그만큼 훌륭하단 뜻이야. 이모네 가족들이 소현 씨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관성에 모르는 사람이 없어. 아주 완벽한 남자가 아니고서야 그분들 성에 안 차.”“형, 이거 칭찬이야 깨고소하게 놀리는 거야?”“둘 다.”장연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정남 형 좀 찾아가야겠어. 이경혜 사모님 일로 나 요즘 일도 손에 안 잡혀. 이 손해는 반드시 성기현 씨한테 돌려받아야 해. 요즘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데 성기현 씨한테 맡겨서 돈을 좀 벌어볼 생각이야!”“좋은 아이템 있으면 나도 꼭 불러. 적극적으로 투자해줄게. 서로 협력하고 이익 창출하는 거지, 아니야?”“당연한 소릴.”장연준은 웃으며 계속 밖으로 걸어 나갔다.전태윤도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그를 배웅한 게 아니라 사무실 안을 서성이다가 창가 앞에 서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문득 휴대폰을 꺼내 하예정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예정은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깼어 여보?”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아직이요. 꿈에서 당신 전화 받고 있어요.”전태윤도 가볍게 웃었다.“밥은 먹었어?”그는 관심 조로 아내에게 물었다.“그 국 꼭 마셔야 해. 몸보신해야지.”“마셨어요. 여보, 나 어젯밤에 누구한테 당했죠? 술 마신 뒤로 아무 기억이 안 나요. 아침에 깨나니 허리가 또 뻐근하고요. 밤새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태윤 씨랑
예준하가 들었다면 혀를 내둘렀을 것이다.“이봐요, 태윤 씨. 나 당신 섭섭하게 한 적 없잖아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요?”그 말에 전태윤이 또다시 맞받아칠 것이다.“경쟁을 해야 압력도 받고 우리 처형도 더 잘 보살펴줄 거 아니에요. 저는 지금 소현 씨 친정 쪽 신분으로 당신 시험하는 거예요.”“요즘 세월에 장가가기 참 힘드네요!”예준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소지훈 씨 어디 아파?”장연준은 빅이슈라도 캐낸 듯 흥미진진하게 물었다.“형, 소지훈 씨 어디 아프냐고? 그 방면으로 잘 안 되는 거야? 어쩐지 동명 형이랑 비슷한 나이대에 아직도 싱글이라더니. 난 또 좋아하는 사람 못 만나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몸이 아픈 거였네.”늘 제일 먼저 가십 정보를 얻었던 소지훈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그도 드디어 누군가의 입에 오르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었다.“그 방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감정이 없는 병에 걸렸어. 본인과 인연이 닿는 여자를 만나야 진짜 남자가 될 수 있대. 만약 못 만난다면 평생 환관이나 다름없어. 소씨 집안에서 소지훈 씨 결혼을 다그칠 때 본인이 일부러 우리 앞에서 얘기한 거야. 진짜인지는 나도 잘 몰라.”전태윤이 다 말한 후 장연준은 머리만 끄덕일 뿐 감흥을 잃은 눈치였다.“분명 가짜일 거야. 소지훈 씨 나이도 있으니 집안에서 결혼 다그치는 건 너무 정상이야. 결혼하기 싫으니까 마땅한 이유를 둘러대서 부모님 마음 접게 하는 거지.”“그런데 소지훈 씨 우리 할머니 찾아왔을 때 할머니가 대단한 역술인 한 분 알고 계시잖아. 바로 그분이 나랑 네 형수가 부부의 연이 있다고 해서 할머니가 나더러 은혜에 보답해야 한다며 네 형수랑 결혼을 강요한 거야. 그 역술인이 소지훈 씨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그 뒤로 소씨 집안에서 더는 소지훈 씨한테 결혼을 다그치지 않았어.”장영준이 두 눈을 깜빡였다.“설마 소지훈 씨가 한 말이 진짜라고? 그건 대체 무슨 병인데? 왜 난 들어본 적이 없지?”“나도 의사가 아니라서 잘 몰라. 소지훈
“그 사모님뿐만 아니라 성기현 그 녀석까지 강온양면책으로 안간힘을 쓴다니까. 두 모자가 아주 날 잡아먹을 기세야. 내가 그렇게 만만해?”장연준은 이해되지 않았다. 성씨 집안에서 저토록 끈질기게 나오다가 성소현과 예준하를 정말 갈라놓거든 그녀가 평생 혼자 살까 봐 걱정되지는 않는 걸까?성소현은 절대 부모님과 가족에게 휘둘려 결혼을 정할 사람이 아니다.애초에 전태윤에게 대시할 때도 모두가 반대했었다! 다만 그녀는 끝까지 견지하며 본인이 직접 부딪혀보고 나서야 마음을 접었다.성소현의 고집불통도 아마 가족 유전일 듯싶다. 온 가족이 똑같은 성격이다.고집과 집착이 심하고 아무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전태윤도 속절없긴 마찬가지였다.“나도 이모님 설득 못 해. 네 형수도 수없이 설득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이모님 도와주겠다고 대답했어?”장연준이 답했다.“아직이야. 이 일 때문에 골치 아파서 형한테 하소연하러 온 거잖아. 난 지금... 자제하지 못하고 성소현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성소현은 감정에 대해 집착이 매우 강하다. 예전에 전태윤을 짝사랑할 때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그녀는 지금 예준하를 좋아한다. 온 가족이 반대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준하와 연애 중이다.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들이 동의해줄 거라고 믿는 바였다.장연준은 그런 그녀가 자신에게 마음이 돌아설 거란 걱정은 없다. 그저 본인이 마음 단속을 못 하고 성소현을 좋아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결국 상처받을 사람은 본인일 테니까.이경혜는 과연 장연준이 마음이 단호한 사람이라고 믿는 걸까?그가 본 성소현은 소문처럼 엉망이긴커녕 솔직하고 털털한 모습이 딱 장연준 스타일이었다.전태윤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장연준을 빤히 쳐다보며 실소를 터트렸다. 그는 장난 조로 말했다.“연준아, 너 이렇게 불안해하는 거 처음 보네. 성소현 씨를 좋아하게 될까 봐 두렵다고?”장연준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지금은 아니야. 그러니까 내 말은 만약 사모님 요구를 들어주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어젯밤에 아마도 누군가의 계략에 빠졌고 전태윤은 그녀의 해독약이 되어준 것이다. 어쩐지 아침에 깨나니 허리가 뻐근하더라니.하예정은 더는 할머니와 이 화제를 이어갈 수 없어 마지못해 아침을 먹었다. 전태윤이 돌아오거든 다시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그 시각 전씨 그룹.대표이사 사무실에 귀한 손님 장연준이 찾아왔다.전태윤은 사인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커피잔을 들고서 한 손으로 바지 주머니의 휴대폰을 꺼내 사랑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려던 참이었는데 장연준이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왔다.그를 본 전태윤은 잠시 전화를 내려놓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형.”장연준은 그에게 인사한 후 제멋대로 맞은 편에 앉았다.“뭐 마실래?”전태윤이 사촌 동생에게 물었다.“괜찮아. 목마르면 알아서 물 마실게.”전태윤도 더는 동생에게 격식을 차리지 않았다. 목이 안 마르다니 전태윤은 정말 온수 한 잔도 따르지 않았다.“어쩐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또 뭔데 그래?”장씨 집안 사람들은 늘 겸손한 편이다. 장연준 일행이 전태윤과 가깝게 지낸다 해도 지금처럼 전씨 그룹 사무실까지 찾아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오늘 이리로 걸음한 걸 보니 도움을 청할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뭐겠어? 성소현 씨 때문이지.”전태윤은 커피잔을 내려놓고 장연준을 빤히 쳐다봤다.“왜? 그간 못 본 사이로 성소현 씨 좋아하게 된 거야?”장연준은 재빨리 부인했다.“아니야 그런 거. 실은 이경혜 사모님이 날 찾아와서 도와달라고 하셨어. 나더러 소현 씨를 좋아하는 척하며 대시하라는 거야. 뭐 그렇게 해야 예준하 씨가 알아서 물러간다나 뭐라나.”“사모님은 여전히 예준하 씨가 못마땅하신가 봐. 딸을 너무 멀리 시집보내기 싫으신 거지. 내가 볼 때 예준하 씨가 소현 씨를 좋아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 그 집안에서 좋아해도 모자랄 판이겠는데. 성소현 씨는 관성에서 평판이 그다지 안 좋아. 게다가 형을 짝사랑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아예 생각조차 안 한단 말이야.”성소현은 한때
하예정은 차갑게 웃었다.“어쩌죠? 저도 태윤 씨를 딴 여자랑 공유하기 싫거든요. 차연 씨, 제가 자리 비켜주길 원하는 거라면 태윤 씨한테 가서 말하세요. 태윤 씨가 나가라고 하면 바로 전씨 일가 사모님 자리를 넘겨드릴게요.”도차연이 말했다.“예정 씨는 태윤 씨한테 안 어울려요...”“태윤 씨랑 결혼한 사람도 저고, 태윤 씨 합법적인 아내도 저예요.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우리 부부가 판단할 일이지 차연 씨 같은 외부인들이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작정하고 내연녀가 되어 누군가의 결혼생활에 끼어들겠다는 것은 도덕과 윤리를 다 버리고 파렴치함의 끝을 달리겠다는 뜻이다.“차연 씨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나랑 태윤 씨가 어울리냐 마냐 판단하는 거죠? 차연 씨랑 태윤 씨가 무슨 사이인데요? 주제 파악 좀 해줄래요? 태윤 씨 할머니, 태윤 씨 부모님, 그 아무도 나랑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 차연 씨가 뭐라고 그딴 말을 내뱉는 거냐고요?”“...”도차연은 하예정의 반박에 할 말을 잃고 전화를 꺼버렸다.하예정은 통화가 끊긴 후 욕설을 퍼부었다.“집안도 좋겠다, 여러모로 참 괜찮은데 머리가 이상하단 말이지. 미친 거 아니야? 아니 왜 내연녀가 되겠다는 건데?”도차연과 비교하니 하예정은 사촌 언니 성소현이야말로 진정한 명문가의 딸이고 완벽한 조건에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란 걸 느꼈다.“내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내연녀는 서현주야. 물론 지금은 감방에서 허우적대고 있지.”하예정은 혼잣말로 구시렁댔다. 대체 그런 여자들은 왜 내연녀가 되고 싶어 하는 걸까?떳떳하게 살면 얼마나 좋아?기어코 남 보이기 부끄러운 짓을 하고 평생 내연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뿐더러 본인들이 낳은 아이가 내연녀의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에게 차별대우를 받게 될 텐데.하예정은 뻐근한 허리를 문지르며 가서 세안을 마친 후 옷을 갈아입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녀가 늦게 일어나다 보니 할머니는 어느덧 식사를 마치고 1층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계셨다.발걸음 소리를
하예정은 이제 막 전태윤에게 문자를 보내려던 참인데 마침 휴대폰이 진동했고 화면을 보니 ‘라이벌 1호 도차연’이라는 문구가 떴다.도차연이 제 발로 찾아와 그녀의 연락처까지 요구했었다. 하예정도 라이벌과 맞설 준비를 다 하고 전혀 기죽지 않으며 그녀에게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도차연은 그 당시 가짜 번호일까 봐 하예정의 앞에서 전화까지 걸었다.하예정은 도차연의 번호를 저장할 때 나중에 더 많은 라이벌이 나타날 걸 고려하여 일부러 그녀를 ‘1호’라고 메모했다.라이벌 번호표가 과연 몇 번까지 이어질지 하예정은 내심 궁금했다.그녀는 도차연의 전화를 받았다.“예정 씨.”“네, 차연 씨. 저랑 함께 커피 마시려고요?”하예정이 먼저 그녀에게 직설적으로 물었다.도차연은 침을 꼴깍 삼킨 후 웃으며 답했다.“걱정 마세요. 예정 씨한테 빚진 커피는 나중에 꼭 시간 내서 사드릴 겁니다.”“네, 그럼 기다릴게요.”“금방 깨나셨나 보네요 예정 씨?”하예정은 두 눈을 반짝이며 담담하게 말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하시죠.”“별일은 아니고 예정 씨한테 해명하려고요. 저 실은 어젯밤에 급한 일이 생겨 집에 돌아가는 바람에 약속 어겼어요.”하예정이 알겠다며 답했다.두 사람은 라이벌 관계라 서로 다투지 않으면 진짜 딱히 할 말이 없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도차연이 먼저 정적을 깨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예정 씨, 저 태윤 씨 좋아해요. 첫눈에 반했거든요.”“지금 이건 태윤 씨한테 고백하는 건가요? 그럼 태윤 씨 찾아가서 말해야죠.”도차연은 감히 전태윤을 찾아가 고백할 엄두가 안 났다. 적어도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두 가문의 회사가 협력을 마치거든, 더 이상 아빠가 내민 조건에 구속받지 않거든, 그때 가서 마음껏 전태윤에게 대시할 것이다.다른 여자에게 한눈팔지 않는 남자는 없다.전태윤은 하예정과 결혼한 지도 1년이 됐으니 어쩌면 진작 하예정에게 질렸을지 모른다.두 사람은 결혼식도 안 올렸고 하예정도 줄곧 임신하지 않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사석에서 그
할머니는 썩 내키지 않는 듯 말했다.“뭘 신경 써? 걔는 이미 초조해하고 있어. 나 여기 오기 전부터 호영의 전화 받고 다 도와줬어. 배추를 찾아줬으면 됐지 잘근잘근 썰어서 너희들한테 먹여주기까지 해야 해?”전태윤은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할머니는 늘 배추를 언급하며 이 손자들을 돼지에 비유하고 있다.이렇게 잘생긴 돼지가 또 있을까?할머니는 왜 항상 그들을 돼지 취급하는 걸까?할머니는 하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졸려. 가서 잘래. 너도 일찍 자.”“네, 주무세요 할머니.”어르신은 쉬시려고 위층에 올라가다가 대뜸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서 물었다.“동명이 퇴원 후에도 예진이가 가서 챙겨줘야 해? 그 녀석도 꽉 막힌 녀석이야. 분명 죽을 만큼 사랑하면서 왜 또 일부러 내려놓은 척하는 건데?”“그 자식 계속 아닌 척 시치미 떼면 제가 아예 처형한테 남자 소개해줄 거예요. 확 안달 나게 해야겠어요!”전태윤은 재빨리 친구를 구해줬다. 안 그러면 할머니가 잠시 여유가 생겨 노동명한테 신경이 쏠릴 테니까.“동명이 금방 퇴원해서 집에 갔어요. 걔 챙겨줄 가족들이 많을 테니 처형이 노씨 일가로 가서 챙겨줄 필요는 없을 거예요.”“동명이는 처형이 힘들어할까 봐 그런 거예요. 사실 걔가 제일 힘들어요. 처형은 이제 막 호텔을 경영하느라 사업 때문에 바쁠 테고 동명이도 처형이 힘들까 봐 마음 쓰는 거예요. 개는 아무리 힘들어도 당분간은 쭉 참을걸요.”만약 오랜 시간 재활 치료를 받았는데 전혀 진전이 없다면 노동명도 분명 또 화를 낼 것이다. 그때 가서 하예진이 계속 그를 자극하면 된다.“우빈의 아빠도 사고 났어요. 그 인간 현 와이프한테 칼로 수차례 찔려서 지금도 응급실에 누워있어요. 고비를 넘길지 모르겠네요. 처형도 가끔 우빈이 데리고 병원에 가봐야 해요.”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진이는 정말 의리를 다했어. 우빈이 위해서 단 한 번도 애 앞에서 전남편 험담하지 않았잖아.”할머니는 하예진을 매우 아끼신다. 만약 노동명 그 녀석이 하예진을 아끼
“너 그 밖에 있는 여자들...”“할머니, 저 여자 없어요. 안이나 밖이나 저한테는 오직 예정이 하나뿐이에요. 밖에 여자들이 아무리 젊고 예뻐도 제 눈엔 오직 예정이라고요.”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나를 믿어. 내가 직접 키워온 손자이니 매정하고 정의가 없는 인간은 아닐 거야. 물론 예정이도 믿지. 그 아이가 너를 사랑하니 한사코 너를 잘 지키고 밖에 있는 라이벌들을 상대하는 거란다.”“만약 너를 다툴 마음도 없고 신경 쓰고 지켜줄 마음도 없다면 아예 단념한 걸 거야.”전태윤은 안색이 어두워졌지만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전부 사실이란 걸 알고 있다.하예정은 사랑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단연코 아니다. 무릇 전태윤이 바람을 피울 생각이 조금만 있어도 그녀는 단호하게 연을 끊을 것이다. 전태윤이 어쩔 새도 없이 그녀가 먼저 제삼자에게 자리를 내주며 번거로운 쟁탈을 피할 것이다.하예정은 남에게 뺏기는 사랑은 진짜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 진짜 사랑도 아닌데 그녀가 왜 굳이 남겨둘까? 몸뚱어리를 붙잡고 있다고 마음마저 잡힐까? 차라리 깔끔하게 끝내는 게 상책이다. 더 험상궂게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할머니, 저는 도차연 씨한테 진짜 아무 느낌 없어요. 제대로 마주 본 적도 없다고요. 그 여자가 먼저 들러붙은 거고 예정이도 기어코 혼자 나서겠다고 한 거예요. 그래도 저는 항상 예정의 뒤에 있었어요. 도차연 씨가 감히 손만 대면 평생 후회하게 해줄 거라고요.”전태윤은 결국 할머니께 도차연에 관한 일을 해명했다.그가 돌아오기 전에 할머니는 일찌감치 박 집사를 통해 그 사건을 전해 듣게 되었을 것이다.도차연의 일방적인 사랑은 전태윤에게 있어서 불의의 재난과도 같았다.할머니가 웃으며 답했다.“도차연 그 계집애가 감히 우리 예정이한테 손을 대면 네가 나설 새도 없이 아마 예정이가 먼저 죽도록 패버릴 거다. 걔 이젠 주먹을 휘두른 지가 꽤 돼서 마침 몸이 근질근질할 거야.”전태윤도 웃었다.그의 아내는 정말 할머니가 말씀하신 그대로니까.“너희
전태윤은 할머니 손에서 빨간 종이를 건네받았다.“고를 거 없어요. 제일 가까운 날로 하면 돼요.”그는 이미 하예정에게 줄 예물을 다 준비했는데 집안 어르신들이 자꾸 더 보태다 보니 여태껏 그녀에게 정식으로 못 주고 있다.전태윤은 결국 할머니가 골라주신 몇몇 날짜를 다 본 후 제일 가까운 날로 정했다.예물을 주면 결혼식도 슬슬 준비해야 한다.그는 하예정에게 가장 성대한, 관성 전체를 떠들썩하게 할, 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을 뛰어넘는 그런 웨딩을 선사해주고 싶었다.하예정이 그의 아내라는 걸 모든 이에게 알리고 싶었고 전태윤은 이젠 임자 있는 몸이니 다른 여자들은 더 이상 들러붙지 말라고 전하고 싶었다. 그는 밖에서 자신에게 대시하는 여자들이 썩 반갑지 않았다.“예정이랑 요즘 잘 지내?”할머니는 무심한 척 질문을 건넸다.“네, 저희 아주 잘 지내요. 예정이가 그냥 좀 바빠서 저를 자꾸 소홀히 하네요. 제가 하루가 멀다 하게 예정의 앞에서 알짱대지 않으면 아마 남편이 있다는 사실도 새까맣게 잊을걸요.”“할머니는 몰라요. 예정이는 출장 가면 진짜 몇 날 며칠을 전화도 안 하고 문자도 없어요. 아예 일에만 푹 빠져 산다니까요. 예전의 저보다 더 일 중독이에요.”“예정이가 출장만 가면 할머니 손자는 외롭게 독수공방해야 해요. 긴 밤, 잠도 안 오고 하루가 다 지나도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으니 입맛도 안 난다고요.”전태윤은 말을 하면 할수록 저 자신이 가여웠다.할머니는 피식 웃으시며 그가 전에 했던 말로 비꼬았다.“아이고, 예전에 누가 아내 따위 필요 없다고 했었나. 그 말 한 사람 지금쯤 껌딱지처럼 아내한테 달라붙고 싶어 하는데, 꼴이 참 우습지 그래.”전태윤이 말했다.“할머니... 언제적 얘기를 아직도 하시는 거예요. 저 그만 놀려요.”“이 할미는 놀릴 수 있을 때까지 놀릴 거다, 하하. 네가 전에 했던 말과 상반되게 나오는 게 난 제일 웃겨.”전태윤은 속절없이 할머니를 쳐다봤다.이 세상에 감히 그를 이렇게 대하는 사람은 할머니
<내 남편은 억만장자>는 고능비 작가가 창작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소설입니다.
하예정은 언니와 서로 기대고 살아가고 우연히 재벌의 할머니를 구해줘서 할머니가 자신의 손자와 결혼해달라고 했습니다. 예정은 눈치밥을 먹지 않기 위해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줬고 언니 집에서 나왔습니다. 전태윤은 예정이 다른 꿍꿍이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자신의 신분을 은폐하고 그녀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1012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320.3k에 달했으며 8.9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